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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 분재를 가꾸는 사람
실내에서 분재를 가꾸는 사람

 

처음에는 그냥 작은 화분 하나로 시작했어요.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다 보니까 뭔가 생기 있는 게 필요하다 싶어서 근처 화원에서 작은 스킨답서스 하나 사온 게 전부였거든요. 그런데 그 작은 화분 하나가 제 삶을 완전히 바꿔놨어요. 하나씩 늘어나더니 어느새 집안이 정글이 됐고, 급기야는 분재까지 손을 대게 됐어요. 솔직히 분재는 완전 다른 세계더라고요. 화분 식물 키우는 거랑은 차원이 달랐어요. 하지만 화분 식물로 기초를 다져놔서 그나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돌이켜보면 화분 식물 없이 바로 분재부터 시작했다면 진작에 포기했을 거예요. 그만큼 화분 식물로 연습하는 시간이 소중했던 것 같아요. 분재에 관심 있으신 분들께 제 경험담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작은 화분 하나로 시작된 식물 여행

3년 전만 해도 저는 식물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어요. 집에 화분 하나 없었고, 친구들이 선물해준 꽃다발도 며칠 못 가서 시들게 하는 그런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하루 종일 집에만 있으니까 너무 답답한 거예요.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 싶어서 산책을 나갔다가 화원을 지나가게 됐어요. 그때 창문에 걸려 있던 작은 스킨답서스가 정말 예쁘더라고요. "이 정도는 나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덜컥 사왔어요. 처음에는 정말 조심스럽게 키웠어요. 물은 언제 줘야 하나, 햇빛은 얼마나 받아야 하나... 인터넷 검색해가면서 하나하나 배워갔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작은 화분 하나가 집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놨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새 잎이 나온 걸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어도 집에 와서 식물들 보면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몬스테라도 사고, 고무나무도 사고... 어느새 집 안이 작은 정글이 됐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분재는 꿈도 못 꿨어요. 분재는 뭔가 고수들만 하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할아버지들이 정원에서 하시는 그런 고급 취미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화분 식물들을 1년 정도 키우다 보니까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화분 키우기로 익힌 기본기들

화분 식물을 키우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처음에는 물만 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그게 다가 아니더라고요. 물 주는 타이밍부터가 예술이었어요. 흙을 손가락으로 찔러봐서 마른 정도를 확인하고, 계절에 따라서도 주기를 조절해야 하고... 처음에는 사랑한다고 매일 물을 줬다가 몇 개 죽여먹기도 했어요. 뿌리가 썩은 고무나무를 보면서 "아, 너무 많이 주면 안 되는구나" 하고 깨달았죠. 그 다음에는 햇빛 관리를 배웠어요. 직사광선을 좋아하는 애들이 있고, 간접광을 좋아하는 애들이 있더라고요. 저희 집이 남향이라 햇빛이 잘 들어오는데, 몬스테라를 창가에 뒀다가 잎이 타는 걸 봤어요. 그때부터 각 식물의 특성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가지치기도 배웠어요. 처음에는 가지를 자르는 게 무서웠거든요. 혹시 식물이 아플까 봐서요. 그런데 스킨답서스가 너무 길어져서 어쩔 수 없이 잘랐는데, 오히려 더 풍성해지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때부터 가지치기의 중요성을 알게 됐죠. 병충해 관리도 경험했어요. 어느 날 보니까 고무나무 잎에 작은 벌레들이 붙어 있는 거예요. 처음에는 당황했는데, 검색해보니까 진딧물이더라고요. 비눗물로 닦아주고, 통풍도 좋게 해주니까 없어졌어요. 이런 경험들이 하나하나 쌓이면서 식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인내심을 배웠어요. 식물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거든요. 새 잎이 나오는 걸 기다리고, 꽃이 피는 걸 기다리고...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내심이 생겼어요. 이런 기본기들이 나중에 분재를 할 때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분재의 세계에 첫발을 내딛다

분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우연이었어요. 유튜브에서 식물 관련 영상을 보다가 분재 영상이 추천으로 떴는데, 호기심에 클릭해봤어요. 그런데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작은 화분 안에 마치 커다란 나무를 축소해놓은 것 같은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겁이 났어요. 분재는 뭔가 고급 기술이 필요할 것 같고, 실패하면 비싼 나무를 망칠 것 같고... 그래서 몇 달 동안 영상만 보면서 공부했어요. 분재의 기본 원리, 가지치기 방법, 철사로 모양 잡는 법 등등... 이론은 많이 알게 됐는데 실전은 또 다른 문제더라고요. 드디어 용기를 내서 분재 전문점에 갔어요. 사장님이 초보자라고 하니까 소나무 모종을 추천해주시더라고요. "일단 이걸로 연습해보세요"라고 하시면서 기본 도구들도 설명해주셨어요. 집에 와서 첫 작업을 시작했는데, 손이 덜덜 떨리더라고요. 가지 하나 자르는 것도 한참을 고민했어요. 화분 식물은 잘못 잘라도 다시 자라면 되는데, 분재는 한 번 잘못 자르면 모양이 완전히 망가질 수 있거든요. 그래도 화분 식물로 가지치기 연습을 많이 해봐서 그나마 감각이 있었어요. 첫 번째 분재는 솔직히 별로였어요. 모양도 어정쩡하고, 균형도 안 맞고... 그래도 내가 직접 만든 분재라는 게 신기하고 뿌듯했어요. 그 후로 계속 공부하고 연습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지금은 소나무 3개, 단풍나무 2개, 느티나무 1개를 키우고 있는데, 각각 다른 매력이 있어서 정말 재미있어요.

 

분재까지 오기까지, 돌이켜보는 여정

지금 돌이켜보니 화분 식물부터 시작한 게 정말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만약 처음부터 분재를 시작했다면 아마 금방 포기했을 거예요. 너무 어렵고 복잡해서요. 화분 식물로 기초를 다지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분재에 도전할 수 있었던 거죠. 물 주기, 햇빛 관리, 가지치기, 병충해 관리... 이런 기본기들은 분재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거든요. 다만 분재는 여기에 예술적인 감각이 더해져야 해요. 나무의 자연스러운 모양을 살리면서도 인위적으로 다듬어야 하는 게 정말 어려워요.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큰 것 같아요. 내가 직접 키우고 다듬은 분재를 보면 정말 뿌듯해요. 친구들이 와서도 "와, 이거 네가 만든 거야?" 하면서 신기해해요.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그 과정 자체가 힐링이 되는 것 같아요. 바쁜 일상 속에서 식물을 돌보는 시간은 저에게 소중한 휴식 시간이에요. 혹시 분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일단 화분 식물부터 시작해보시길 추천해요.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작은 화분 하나부터 시작해서 점점 늘려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분재까지 도전하고 싶어질 거예요. 저도 아직 초보 단계지만, 계속 배우고 연습하면서 더 멋진 분재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식물과 함께하는 삶이 이렇게 풍요로울 줄은 몰랐어요. 작은 시작이 이렇게 큰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걸 몸소 체험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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