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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나무 테이블 위 분재와 산세베리아
실내 나무 테이블 위 분재와 산세베리아

 

처음엔 그냥 공기정화 목적으로 산세베리아 하나 키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하나씩 늘어나면서 어느새 집이 화분으로 가득 찼네요. 그렇게 화분 키우기에 익숙해졌는데, 어느 날 분재라는 걸 알게 됐어요. 처음엔 "이거 뭐가 다르지?" 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완전 다른 세계더라고요. 화분은 그냥 키우는 거였다면 분재는 직접 만들어가는 느낌?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그만큼 재미있는 부분도 많았어요. 화분에서 분재로 넘어온 과정과 그 차이점들을 솔직하게 써보려고 해요.

 

산세베리아 한 개로 시작된 화분 키우기

2년 전 겨울에 친구가 산세베리아 하나를 선물해줬어요. 그때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받았거든요. "공기정화 식물이래"라고 하면서 주더라고요. 원룸 생활하면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는데, 뭔가 생기 있는 걸 두면 좋을 것 같아서 거실 한구석에 놓아뒀어요. 처음엔 그냥 인테리어 소품 정도로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산세베리아부터 확인하게 되더라고요. 새 잎이 올라오는 걸 발견했을 때는 정말 신기했어요. "어? 이거 어제 없었는데?"하면서 혼자 좋아했거든요. 물도 일주일에 한 번만 주면 되니까 관리하기 쉬웠고요. 한 달, 두 달 지나면서 식물 키우는 게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성공적인 첫 경험에 자신감이 생겨서 몬스테라, 고무나무, 스킨답서스 같은 다른 식물들도 하나씩 들이기 시작했어요. 각 식물마다 물 주는 주기가 다르고, 좋아하는 환경도 다르다는 걸 알게 됐어요. 몬스테라는 밝은 곳을 좋아하고, 스킨답서스는 어두운 곳에서도 잘 자라고... 이런 것들을 하나씩 배우면서 점점 재미있어졌어요. 어느새 집 안 곳곳에 화분들이 자리 잡게 됐고, 주변에서는 저를 화분 덕후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1년 정도 지나면서 화분 키우기에 완전히 익숙해졌는데, 그때부터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어요.

 

화분 키우기의 한계, 뭔가 더 하고 싶었던 마음

화분 키우기를 1년 넘게 하면서 점점 아쉬움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물론 식물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는 건 좋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게 물 주기랑 가끔씩 가지치기하는 정도밖에 없더라고요. 특히 고무나무가 한쪽으로만 기울어져 자라는 걸 보면서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산세베리아는 너무 천천히 자라서 변화를 거의 못 느끼겠고, 몬스테라는 반대로 너무 크게 자라서 공간을 너무 차지하게 됐고... 뭔가 제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싶었어요. 그러던 중에 유튜브에서 우연히 분재 영상을 보게 됐는데, 그때 받은 충격이 정말 컸어요. 작은 화분 안에 담긴 나무가 마치 산속의 거대한 나무처럼 보이는 거예요. 어떤 할아버지가 철사로 가지를 구부리고, 가위로 잎을 다듬어가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정말 신기했어요. "아, 이런 게 있구나!" 싶었거든요. 그때 깨달았어요. 제가 화분 키우기에서 느꼈던 아쉬움이 바로 이거였구나. 화분은 그냥 식물이 자연스럽게 자라는 걸 지켜보는 거였다면, 분재는 제가 직접 모양을 만들어가는 거니까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어요. 그날 밤에 분재에 대해 인터넷으로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알면 알수록 신기하더라고요. 이게 단순한 식물 키우기가 아니라 진짜 예술 작품을 만드는 거구나 싶었어요.

 

분재의 매력에 완전히 빠지게 된 이유들

분재에 대해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그 매력에 더 빠져들었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시간의 예술"이라는 표현이었어요. 화분 식물은 몇 개월이나 1년 단위로 변화를 보는 거였다면, 분재는 수년, 수십 년에 걸쳐 천천히 완성되어가는 작품이라는 점이 신선했어요. 어떤 분재 마스터 인터뷰에서 "30년 키운 소나무 분재가 이제야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놀랐어요. 분재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인생의 동반자가 될 수 있겠구나 싶었거든요. 그리고 분재 전시회 영상을 봤는데, 정말 감동적이더라고요. 한 평생을 바쳐 키워진 분재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마치 미술관 같았어요. 각각의 분재가 가진 고유한 이야기와 그걸 만든 사람의 철학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어요. 그때 저도 언젠가는 제 이야기가 담긴 분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분재의 실용적인 면도 좋았어요. 화분 식물은 점점 커져서 공간을 차지하게 되는데, 분재는 제한된 크기 안에서 완성되니까 좁은 공간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겠더라고요. 또 정성스럽게 키운 분재는 작품으로서의 가치도 있어서 경제적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어요. 이런 여러 가지 매력들 때문에 결국 분재를 시작해보기로 마음먹게 됐어요.

 

화분에서 분재로,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

분재를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화분 키우기를 통해 얻은 기본적인 식물 관리 능력이 분재 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됐지만, 분재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험이에요. 가장 큰 변화는 시간에 대한 생각이 바뀐 거예요. 화분 키울 때는 빠른 성장이나 즉각적인 변화를 기대했다면, 분재를 키우면서는 느린 변화의 가치를 알게 됐어요. 매일 조금씩 변화하는 분재 모습을 보면서 급하지 않게 살아가는 여유를 찾게 됐고, 이게 일상생활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어요. 집중력이나 인내심도 많이 늘었고요. 분재 작업을 할 때는 몇 시간 동안 온전히 나무에만 집중하게 되는데, 이런 시간들이 일종의 명상 같은 효과를 가져다줘요. 스마트폰 보며 보내던 자투리 시간이 분재 관찰하고 관리하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바뀌었어요. 무엇보다 창조의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된 게 가장 큰 변화예요. 화분은 자연의 성장을 지켜보는 관찰자였다면, 분재에서는 직접 예술 작품을 만들어가는 창조자가 된 기분이에요. 철사 하나, 가지치기 하나하나가 모두 작품에 영향을 미치니까 모든 순간이 긴장감 있고 의미 있게 다가와요. 물론 분재가 화분보다 어렵고 까다로운 건 사실이에요. 실패 위험도 크고, 투자해야 할 시간과 노력도 더 많고요. 하지만 그만큼 얻는 보람과 성취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요. 화분 키우기가 좋은 취미라면, 분재는 인생의 철학이 될 수 있는 깊이 있는 여정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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