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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든 소나무 분재
시든 소나무 분재

 

아직도 생각하면 민망한 첫 분재 경험담이에요. 화분 식물은 나름 잘 키운다고 자신했는데, 분재는 완전 다른 세계더라고요. 비싼 돈 주고 예쁜 소나무 분재 하나 샀는데, 딱 3일 만에 잎이 노랗게 변하면서 죽어가는 거예요. 그때 얼마나 당황했는지... 분재샵 사장님한테 전화해서 "분재가 죽어가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울상으로 물어봤더니, 제 설명 듣고는 한숨을 푹 쉬시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제가 완전 망한 관리를 했던 거였어요. 물도 너무 많이 줬고, 위치도 잘못 두고, 만지기도 너무 많이 만지고... 정말 하면 안 되는 걸 다 했더라고요. 그래서 첫 분재는 장렬히 전사했지만, 그 경험 덕분에 지금은 분재 5개를 건강하게 키우고 있어요. 처음 분재 도전하시는 분들이 저 같은 실수 안 하셨으면 좋겠어서 솔직한 실패담을 써봅니다.

화분 고수라고 자만했던 나의 첫 분재 참사

분재를 처음 사던 날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때만 해도 제가 화분 식물 좀 키운다고 자신만만했거든요. 집에 관엽식물만 20개 넘게 있었고, 다들 잘 자라고 있었으니까 "분재도 뭐 별거 있겠어?" 하는 마음이었죠. 특히 베란다에 키우던 고무나무가 1년 만에 천장까지 자라는 걸 보고는 "나 진짜 식물 키우는 재능 있나 봐" 하면서 우쭐했었어요. 그러던 어느 주말, 동네 산책을 하다가 분재 전문점을 발견했어요. 창문 너머로 보이는 작고 예쁜 분재들이 너무 매력적이더라고요. "저런 작은 나무들이 얼마나 어렵겠어? 화분 식물보다 작으니까 오히려 관리하기 쉬울 것 같은데" 하는 생각으로 들어갔어요. 사장님이 "처음이세요?"라고 물어보셨는데, 제가 "아니에요, 집에 식물 많이 키워요"라고 당당하게 대답했던 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부끄러워요. 사장님이 초보자용으로 키우기 쉬운 걸 추천해주시려고 했는데, 제가 예쁘다고 소나무 분재를 콕 찍어서 "이걸로 주세요"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소나무가 얼마나 까다로운 분재인지도 모르고... 사장님이 "이건 좀 까다로운 편인데..."라고 하셨지만 저는 "괜찮아요, 식물 키우는 거 자신 있어요"라고 말했어요. 정말 철없었죠.

 

3일간의 재앙, 모든 걸 잘못했던 나

분재를 사서 집에 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물을 주는 거였어요. "여행하느라 며칠 못 받았을 텐데"라는 생각으로 듬뿍 줬죠.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첫 번째 실수였어요. 분재는 화분 식물처럼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데 말이에요. 그리고 어디에 둘지 고민하다가 베란다 창가 햇빛 잘 드는 곳에 뒀어요. "식물은 햇빛을 받아야 하니까"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는데, 직사광선이 하루 종일 내리쬐는 곳이었거든요. 소나무 분재는 은근히 직사광선에 약한데 그것도 모르고 말이에요. 첫날 밤에는 뭔가 뿌듯해서 분재를 계속 만져봤어요. 잎도 만져보고, 줄기도 만져보고... 나중에 알았는데 분재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식물이라 자꾸 만지면 안 되더라고요. 둘째 날에도 물이 마른 것 같아서 또 줬어요. 흙 표면이 좀 말라 보이니까 "목마르겠다"는 생각으로요. 그리고 분재가 베란다에서 좀 외로워 보인다 싶어서 거실로 옮겼어요. 그러다가 저녁에 다시 "역시 햇빛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면서 베란다로 옮기고... 지금 생각해보면 이 불쌍한 분재가 얼마나 스트레스받았을까 싶어요. 셋째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잎 끝이 노랗게 변해 있는 거예요. "어? 이상하네?" 하면서도 아직 심각성을 못 느꼈어요. 그날 오후에는 노란 부분이 더 넓어졌고, 몇 개 잎은 아예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했어요. 그제서야 "이거 큰일 났다" 싶어서 인터넷 검색을 미친 듯이 했어요.



분재샵 사장님의 따뜻한 조언과 깨달음

결국 분재샵에 전화를 걸었어요. 목소리부터 초조했던 것 같아요. "사장님, 3일 전에 산 소나무 분재인데 잎이 노랗게 변하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사장님이 차근차근 어떻게 관리했는지 물어보시더라고요. 제가 한 일들을 하나씩 말하니까 중간중간 "아..." 하는 탄식이 들렸어요. 다 말하고 나니까 사장님이 "손님, 분재를 너무 사랑하신 것 같아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사랑을 너무 많이 줘서 식물이 스트레스받았다는 뜻이었어요. 사장님 설명을 들어보니 제가 한 모든 게 다 잘못된 거였어요. 물은 흙이 완전히 마른 후에 줘야 하는데 매일 줬고, 직사광선보다는 밝은 간접광이 좋은데 하루 종일 직사광선을 받게 했고, 환경 변화에 스트레스받는 식물인데 계속 옮겨 다녔고, 자꾸 만져서 더 스트레스를 줬다는 거예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일단 그늘진 곳으로 옮기고, 물 주는 걸 멈추고, 절대 만지지 마세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분재는 화분 식물과는 완전히 다른 생명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더 섬세하고 예민하거든요"라는 말씀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사장님이 "처음에는 다들 그래요. 저도 처음에 많이 죽였어요"라고 위로해주셨지만, 솔직히 그 분재는 살리지 못했어요. 일주일 정도 더 버텼지만 결국 모든 잎이 떨어지고 말았어요. 그때 정말 속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분재가 이렇게 어려운 거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화분 식물 키우는 경험이 오히려 독이 됐던 거죠. "이 정도 식물은 쉽지" 하는 자만이 첫 분재를 죽음으로 몰고 간 거였어요.

 

실패를 딛고 일어선 지금, 분재 5개의 아빠가 되다

첫 분재를 죽인 후 한 달 정도는 분재 근처에도 안 갔어요. 너무 충격이 컸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렇게 포기할 수는 없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공부하기로 했어요. 분재 관련 책도 사고, 유튜브 영상도 보고, 분재 카페에도 가입해서 선배들 조언도 듣고... 2개월 정도 이론 공부를 한 후에 다시 분재샵에 갔어요. 이번에는 정말 겸손하게 "완전 초보입니다. 가장 키우기 쉬운 걸로 추천해주세요"라고 했어요. 사장님이 저를 기억하고 계시더라고요. "이번에는 제대로 해보시겠네요?" 하면서 웃으시면서 작은 향나무 분재를 추천해주셨어요. "이 친구는 좀 무뚝뚝해서 웬만해서는 안 죽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번에는 정말 조심스럽게 키웠어요. 물 주기 전에는 나무젓가락으로 흙을 찔러서 수분 상태를 확인하고, 위치도 한 번 정하면 절대 옮기지 않고, 만지고 싶어도 꾹 참고... 그렇게 첫 번째 분재를 성공적으로 키우고 나니까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 후로 하나씩 하나씩 늘려가서 지금은 향나무, 소나무, 단풍나무, 느티나무, 철쭉까지 총 5개를 키우고 있어요. 각각 다른 성격을 가진 아이들이라 관리법도 다 달라서 처음에는 헷갈렸는데, 이제는 각자의 특성을 파악해서 맞춤 관리를 하고 있어요. 첫 분재 실패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잘 키울 수 있는 것 같아요. 실패가 정말 좋은 선생님이었던 셈이죠. 혹시 분재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너무 성급하게 하지 마시고 충분히 공부하고 시작하세요. 그리고 실패해도 너무 좌절하지 마세요. 저처럼 첫 분재 죽여도 지금은 이렇게 잘 키우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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