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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다육이만 키우던 사람이 분재에 손을 댄다는 게 말이 안 되긴 해요. 근데 정말 우연히 분재 하나를 보고 나서 완전히 마음이 바뀌었거든요. 다육이 10개 정도 키우면서 나름 식물 키우기에 자신감이 있었는데, 분재는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처음엔 겁나서 못 건드릴 정도였어요. 가지 하나 잘못 자르면 망가질 것 같고, 물도 언제 줘야 할지 모르겠고.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까 다육이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뭔가가 있었어요. 단순히 식물 키우기가 아니라 정말 작품을 만드는 기분? 지금 생각해보면 다육이 경험이 있어서 더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다육이 덕후에서 분재 입문까지의 우여곡절
제가 식물에 처음 관심을 가진 건 완전 우연이었어요. 3년 전쯤 이케아에서 작은 다육이 하나를 사온 게 시작이었거든요. 처음엔 그냥 인테리어용으로 산 건데, 키우다 보니까 은근히 재밌더라고요. 물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주면 되고, 햇빛 좋은 곳에 두면 알아서 잘 자라니까 완전 편했어요. 그러다가 어느새 베란다가 다육이로 가득 찼네요. 에케베리아, 염좌, 십이지권... 뭐 이런 애들로 10개 넘게 키웠는데, 주변에서는 저를 완전 다육이 덕후라고 불렀어요.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좀 지루해지기 시작했달까요? 다육이들이 예쁘긴 한데,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동네 화원에서 우연히 분재 코너를 지나가게 됐는데... 아, 진짜 그때가 운명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작은 소나무 하나가 정말 멋있게 모양이 잡혀 있는 걸 보고 완전 반해버렸거든요. 사장님한테 물어보니까 분재라는 거더라고요. 처음엔 "이거 어려운 거 아니에요?"라고 물었는데, 사장님이 "다육이 키울 줄 알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에 솔깃해서 바로 그날 작은 소나무 분재 하나를 데려왔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완전 충동구매였는데, 그게 제 인생을 바꾼 계기가 됐네요. 다육이로 시작한 식물 사랑이 분재까지 이어질 줄은 정말 몰랐거든요.
다육이와 분재, 생각보다 완전 다른 세계였다
다육이 키우기와 분재 키우기는 정말 완전히 다른 거더라고요. 처음에는 "어차피 둘 다 식물인데 뭐가 그렇게 다르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완전 오산이었어요. 다육이는 솔직히 말하면 너무 쉬워요. 물 일주일에 한 번, 햇빛 좋은 곳에 두기, 끝. 심지어 물을 며칠 깜빡해도 괜찮고, 여행 갔다 와도 멀쩡하게 잘 있거든요. 그런데 분재는... 아, 정말 예민해요. 물 주는 타이밍도 계절마다 다르고, 햇빛도 너무 많이 받으면 안 되고 적게 받아도 안 되고. 특히 제가 처음 키운 소나무 분재는 실내에 두면 죽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베란다에 뒀는데, 겨울에는 또 너무 추우면 안 된다고 하고... 진짜 까다로웠어요. 그리고 다육이는 잎꽂이로 번식도 쉽게 되는데, 분재는 그런 게 아니라 오히려 가지를 자르고 모양을 잡아줘야 하더라고요. 처음에 가위로 가지 자를 때는 진짜 떨렸어요. 잘못 자르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에 밤잠을 못 잤을 정도예요. 다육이할 때는 그냥 예뻐지기만 하면 됐는데, 분재는 제가 직접 모양을 만들어야 하니까 부담도 크고 책임감도 무겁더라고요. 그런데 또 신기한 게, 이런 어려움이 오히려 매력이었어요. 다육이는 키우는 재미는 있었지만 뭔가 아쉬웠거든요. 너무 쉬워서 성취감이 별로 없달까? 근데 분재는 정말 한 달, 두 달 정성껏 키우고 나서 새순이 나오거나 모양이 예쁘게 잡혔을 때의 그 기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다육이로는 절대 느낄 수 없었던 깊은 만족감이랄까요?
분재 첫 도전기 - 실패와 시행착오의 연속
분재를 시작하고 나서 첫 몇 달은 정말 힘들었어요. 유튜브랑 블로그 글 엄청 찾아보면서 공부했는데, 이론과 실제는 완전 다르더라고요. 첫 번째 실수가 물 주기였어요. 다육이 키울 때처럼 일주일에 한 번씩 물을 줬는데, 어느 날 보니까 잎이 노랗게 변하고 있는 거예요. 깜짝 놀라서 화원에 달려가서 물어봤더니 물을 너무 많이 줬다고 하더라고요. 분재는 흙이 완전히 마르면 안 되지만 너무 젖어도 안 된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두 번째는 가지치기였어요. 인터넷에서 본 대로 가지를 자르려고 했는데, 어디를 얼마나 잘라야 할지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괜히 잘못 자르면 나무가 죽을까 봐 무서워서 몇 주 동안 그냥 두고만 봤어요. 결국 용기 내서 조금씩 잘라보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는 괜찮더라고요. 물론 모양이 제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는 않았지만요. 세 번째 시행착오는 분갈이였어요. 처음 사온 화분이 너무 작아서 분갈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분재용 흙이 따로 있는지도 몰랐고, 그냥 일반 화분용 흙을 사다가 썼어요. 며칠 후에 나무 상태가 이상해져서 알아보니까 분재는 배수가 정말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다시 분재 전용 흙으로 바꿔줘야 했어요. 이런 식으로 실수를 반복하면서 하나씩 배워나갔는데, 다육이 키울 때와는 정말 차원이 다른 공부가 필요하더라고요. 그래도 이런 과정들이 오히려 재밌었어요. 실패할 때마다 새로운 걸 배우게 되고, 조금씩 나아지는 게 보이니까 뿌듯하더라고요.
지금은 분재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
분재를 시작한 지 이제 1년 정도 됐는데, 정말 많은 게 바뀌었어요. 일단 식물을 보는 시각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거든요. 예전에는 그냥 "예쁘다, 안 예쁘다" 정도였다면, 지금은 가지의 흐름이나 전체적인 균형, 뿌리의 모양까지 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인내심도 많이 늘었어요. 다육이는 금방금방 변화가 보이는데, 분재는 정말 오래 기다려야 하거든요. 철사로 가지 방향 바꾸고 몇 달 기다리고, 가지치기하고 또 몇 달 기다리고... 이런 과정이 처음엔 답답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 기다림이 좋아요. 급하지 않게, 천천히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달까요? 주변 친구들은 제가 분재에 빠진 걸 보고 신기해해요. "너 완전 할아버지 취미 하고 있네"라고 놀리기도 하고요. 근데 정말 나이 상관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취미인 것 같아요. 특히 요즘같이 스트레스 많은 세상에서 분재 하나 가꾸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는 시간이 정말 소중해요. 다육이도 여전히 키우고 있어요. 그런데 이제는 다육이와 분재를 같이 키우면서 서로 다른 매력을 느끼고 있어요. 다육이는 편안한 힐링, 분재는 깊이 있는 만족감? 뭐 이런 느낌이랄까요. 혹시 저처럼 다육이만 키우시다가 뭔가 새로운 도전을 원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분재 한 번 시도해보세요. 어렵긴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클 거예요. 다만 처음엔 정말 작은 거부터 시작하시길 추천드려요. 저처럼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포기하지 마시고요. 분재의 매력에 빠지면 정말 헤어날 수 없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