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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 20개 키우던 내가 분재 하나 때문에 고생한 이야기

stellacaeli01 2025. 8. 13. 09:15

시든 분재를 들고 있는 남성
시든 분재를 들고 있는 남성

 

집에 화분 20개 넘게 키우고 있으니까 친구들이 다 "식물 박사"라고 불렀어요. 몬스테라, 고무나무, 스킨답서스... 뭐든지 잘 키운다고 자신만만했죠. 그런데 작은 분재 하나가 제 자신감을 완전히 무너뜨렸어요. "분재도 식물인데 뭐가 어렵겠어?"라고 생각했던 제가 정말 순진했나 봐요. 3개월 동안 그 작은 단풍나무 분재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밤마다 분재 관련 영상만 찾아보고, 분재 카페에서 질문 올리고, 급기야는 분재 전문가한테까지 상담 받았어요. 화분 식물과 분재가 이렇게 다를 줄 몰랐거든요. 지금은 그 분재를 건강하게 키우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화분 키우기와 분재 키우기가 완전히 다른 세계라는 걸 깨달았죠. 비슷한 경험 하실 분들을 위해 제 좌충우돌 분재 도전기를 솔직하게 써봅니다.

화분 고수였던 내가 분재 앞에서 무너지다

저희 집 베란다와 거실을 보시면 정말 식물원 같아요. 몬스테라 3개, 고무나무 2개, 스킨답서스 5개, 산세베리아 4개... 세어보니 화분이 20개가 넘더라고요.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죽인 건 손에 꼽을 정도로 잘 키웠어요. 친구들이 와서도 "와, 여기 정말 공기 좋다", "너 진짜 식물 키우는 재능 있다"고 말해줄 정도였거든요. 그래서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죠. 분갈이도 척척, 가지치기도 척척, 물주기 타이밍도 완벽하게 맞추고... "나는 식물과 교감하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할 정도였어요. 그러던 어느 날, 동네 화원에서 작고 예쁜 단풍나무 분재를 봤어요. 손바닥만 한 크기에 앙증맞은 화분에 심어진 모습이 너무 귀여웠거든요. "이 정도는 내가 키우면 금방 멋있게 만들 수 있겠는데?" 하는 생각으로 덜컥 샀어요. 화원 사장님이 "분재는 좀 까다로워요"라고 하셨는데, 저는 "괜찮아요, 식물 많이 키워봤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오만했던 것 같아요. 분재와 화분 식물이 완전히 다른 생명체라는 걸 그때는 몰랐거든요. 집에 와서 다른 화분들 사이에 분재를 두고 뿌듯해했던 그 순간이 제 고난의 시작이었어요.

 

첫 주부터 시작된 재앙의 연속

분재를 산 첫 주는 정말 순조로워 보였어요. 다른 화분들이랑 똑같이 관리했는데 별 문제없어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둘째 주부터 이상한 신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잎 끝이 약간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한 거예요. "아, 물이 부족한가?" 하고 평소보다 조금 더 줬는데, 며칠 후에는 더 심해졌어요. 그때부터 인터넷 검색의 늪에 빠졌죠. "분재 잎 갈변", "분재 물주기", "단풍나무 분재 관리법"... 밤새도록 검색했어요. 그런데 정보가 너무 많고 복잡한 거예요. 어떤 글에서는 물을 자주 주라고 하고, 어떤 글에서는 물을 적게 주라고 하고... 완전 혼란이었어요. 제일 충격적이었던 건 "분재는 화분 식물과 완전히 다르다"는 글을 봤을 때였어요. 뿌리 정리, 가지치기, 물주기, 햇빛 관리... 모든 게 달랐던 거예요. 특히 물주기가 제일 어려웠어요. 화분 식물은 흙 표면이 마르면 듬뿍 주면 되는데, 분재는 화분이 작아서 물이 금방 마르기도 하고, 그렇다고 자주 주면 뿌리가 썩기도 하고... 정말 감을 잡을 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분재용 흙도 따로 있더라고요. 일반 화분용 흙과는 배수성이 다르다고 해서 급하게 분재용 흙을 사서 분갈이까지 했어요. 그런데 분갈이 후에 분재가 더 안 좋아지는 거예요. 나중에 알고 보니 분갈이 시기도 따로 있고, 뿌리 정리하는 방법도 달랐던 거였어요.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다 몰랐던 거죠.



전문가 상담까지 받으며 깨달은 분재의 세계

한 달 정도 인터넷으로만 공부하다가 한계를 느꼈어요. 분재가 점점 안 좋아지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용기 내서 분재 전문점에 분재를 들고 갔어요. 사장님이 제 분재를 보시더니 한숨을 푹 쉬시는 거예요. "이거 어떻게 키우셨어요?" 하고 물어보셔서 제가 한 일들을 설명했더니, "아이고, 이 친구가 고생 많이 했네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서야 제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깨달았어요. 사장님 설명을 들어보니 제가 한 모든 게 잘못되어 있었어요. 우선 위치부터 잘못이었어요. 다른 화분들과 함께 거실 창가에 뒀는데, 분재는 공기 순환이 더 중요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물주기도 완전 틀렸고, 가지치기 시기도 놓쳤고... 정말 할 말이 없었어요. 사장님이 "분재는 화분 식물과는 차원이 다른 예술이에요. 단순히 키우는 게 아니라 모양을 만들어가는 거거든요"라고 하시는데, 그제서야 제가 얼마나 단순하게 생각했는지 깨달았어요. 그날 사장님께 기본적인 분재 관리법을 배우고 왔는데, 정말 눈에서 비늘이 떨어지는 기분이었어요. 물은 하루 걸러 한 번, 그것도 아침에만 주고, 분무기로 잎에도 물을 뿌려주고, 한 달에 한 번은 영양제도 주고...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하는 거였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관찰이 중요하다고 하시더라고요. 매일매일 분재 상태를 확인하고,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요. 화분 식물은 좀 대충 키워도 잘 자라는데, 분재는 정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거였어요.

 

이제는 분재도 내 가족, 하지만 여전히 배우는 중

전문가 상담을 받고 난 후 정말 달라졌어요. 분재를 완전히 새로운 마음으로 키우기 시작했죠.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분재 상태를 확인하고, 물주기 전에는 나무젓가락으로 흙 상태를 체크하고... 정말 정성스럽게 키웠어요. 그러니까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하더라고요. 갈변했던 잎들이 떨어지고 새 잎이 나오기 시작했을 때는 정말 기뻤어요. 지금은 그 분재를 건강하게 키운 지 8개월 정도 됐는데, 정말 예뻐졌어요. 새로 나온 잎들이 싱그럽고, 가지 모양도 조금씩 다듬어가면서 제 취향에 맞게 만들어가고 있어요. 분재를 키우면서 깨달은 건, 화분 식물과 분재는 정말 완전히 다른 세계라는 거예요. 화분 식물은 '키우는' 거라면, 분재는 '만들어가는' 거더라고요. 매일매일의 관찰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인내심이 중요해요. 즉각적인 변화를 기대하면 안 되고, 몇 달, 몇 년에 걸쳐서 천천히 모양을 만들어가는 거니까요. 그리고 여전히 배우는 중이에요. 분재 관련 책도 사서 읽고, 분재 동호회에도 가입해서 선배들한테 조언도 구하고... 정말 끝이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만큼 재미있어요. 화분 식물 키우는 재미와는 또 다른 만족감이 있거든요. 혹시 저처럼 화분 많이 키운다고 해서 분재도 쉬울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정말 다른 마음으로 접근하세요. 겸손한 마음으로 처음부터 배운다는 생각으로 시작하시면 분명 성공하실 거예요. 저도 아직 초보지만, 그래도 이제는 분재가 제게 말을 걸어주는 것 같아요.